적자 생존인가, 약자 멸시인가

취재안테나 2025-07-02

침체에 빠진 패널 업계를 취재하며, 국내 패널 업계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다양한 업체의 여러 관계자들을 만났지만, 그들이 가지는몰락과 영광의 순간은 서로 비슷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쟁점, 국토부의 건축 복합자재 품질인정 개정결정에 대해서는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누군가는 당연한 시대의 흐름이라 말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사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이야기한다.

샌드위치 패널은 가성비가 뛰어나면서도, 시공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술한 장점들로 샌드위치 패널은 공장, 창고 등 비거주용 건축자재 시장에서 꾸준한 수요를 보여왔다. 지난 2021년 12월 국토부는 건축 복합자재 품질인정 제도를 개정하며, 실물 화재 모형 테스트를 품질인증 시험 절차에 포함했다. 이에 샌드위치 패널에게는 불연성 확보라는 과제가 내려졌다.

국토부의 결정은 패널 시장 구조에 격변을 일으켰다. 개정안이 실효되기 전 패널 품목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EPS패널의 시장 점유율은 크게 하락했다. 심재가 되는 스티로폼이 화재에 취약해 실물 모형 테스트를 통과하기 어려운 것이 원인이었다.

이에 상당수 업체가 기존 EPS에 난연제가 첨가된 준불연 EPS패널, 심재 자체가 불연성을 지닌 그라스울 패널 등 개정안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패널을 제조하며, 시장 적응에 나섰다. 하지만 모든 업체가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다. EPS패널을 주력으로 생산하던 영세업체들은 자본이 부족했던 탓에 전용 설비를 요구하는 불연패널 제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EPS패널을 그대로 생산하자니 품질 인정 획득이 어렵고, 불연 패널을 생산하자니 자본이 따라주지 않자 수많은 영세 패널업체는 문을 닫았다.

국토부의 결정이 패널 시장 내 영세업체의 설 자리를 좁힌 셈이 됐다. 그렇다고 국토부의 결정을 욕할 수는 없다. 당시 EPS패널이 화재에 취약했던 것은 사실이며, 실제 EPS패널로 시공된 건축물에서 화재가 빈번히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 어떤 산업 생태계에서도 ‘안전’이 최우선이 돼야 함을 고려하면, 내화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국토부의 결정은 올바른 처사로 비춰진다.

개정안이 정착된 현시점에도 품질 인정을 위한 법적 기준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국토부의 결정을 두고 나타난 옹호와 비판의 목소리가 모두 타당하게 들려온다. 누군가의 손을 들어줄 수도 없거니와,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중립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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