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전망-후판] 반등은 없었다…조선 호황 속에서도 후판 수요는 왜 더 줄었나

수급 2026-01-02

2026년 국내 후판 시장은 생산·수요·수출입 전반에서 구조적 변곡점에 진입한 모습이다. 조선 수주 호조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후판 실수요는 반등하지 못했고, 고사양 선종 확대와 국내 비조선 산업의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수요 기반이 더욱 좁아지고 있다. 

수입재 점유율은 하락세로 전환됐지만, 시장 신뢰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가운데 제조사들의 공급 전략도 재정비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 후판 수요 멈춰서…조선 회복에도 수요가 따라붙지 않아

후판 시장의 정체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선소의 수주 실적은 호조세지만 철강 출하는 좀처럼 회복의 흐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사이클 문제가 아니라 조선업 내부의 선종 구조 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국산 조선용 후판 판매량은 최근 몇 년간 유의미한 반등을 보여주지 못했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87만 톤에서 2021년 76만 톤으로 내려앉은 뒤 2022년 107만 톤까지 올랐지만, 이후 다시 87만 톤(2023년), 80만 톤(2024년)으로 후퇴했다. 2025년에도 사실상 제자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소는 바쁘지만 철강 수요는 정체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수주와 출하 간 괴리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간극은 선종 변화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LNG선·LPG선 등 고부가 선박은 기존 컨테이너선보다 후판 사용량이 적다. 후판이 선박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과거 20% 수준에서 현재는 10% 아래까지 내려왔다는 설명이다. “수주량이 늘어도 후판 수요가 따라오지 않는 이유”라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여기에 중국산 블록 ‘완성형 직도입’ 확대가 더해지며 국내 후판 사용 기반은 이중으로 축소되고 있다. 용접 인력 부족과 공정 효율화 이슈로 인해 국내 조선소들이 중국산 블록을 직접 조달하는 흐름이 굳어지면서, 후판 자체를 들여와 가공하던 기존 구조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블록을 들여오면 철판 수요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철강사·유통·가공업계가 동시에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 생산·수출은 줄고 수입도 감소…600만 톤대 내수 체제 고착화

2026년 국내 보통강 중후판 내수는 620만 톤으로, 2025년 약 607만 톤) 대비 2% 증가가 예상된다. 다만 수치상 증가에도 불구하고 과거 800만 톤 시대에 비해 내수 기반은 크게 축소된 수준이다.

전체 생산은 830만 톤으로 전년 대비 0.46% 증가에 그칠 전망이며, 수출은 230만 톤으로 1.24% 감소가 예상된다. 반면 수입은 150만 톤으로 6.25%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수입재 시장점유율도 19.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 중심의 수요는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으나 건설·기계 등 비조선 수요가 뚜렷하게 축소되고 있다는 신호가 분명해지고 있다. 건설용 후판 수요가 빠르게 줄었고, 산업기계·플랜트 부문도 정체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수 기반이 600만 톤대에서 안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방산업 흐름을 감안하면 반등 요인은 제한적이며, 공급전략 전환이 불가피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 중국산 후판 반덤핑 확정…가격약속·우회 통관까지 뒤얽힌 복합 변수

중국산 보통강 후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는 2024년 7월 현대제철의 제소로 시작됐다. 2025년 2월 20일 무역위원회 예비판정에서 바오스틸 27.91%, 장쑤샤강 29.62%, 샹탄스틸·사이노·샤먼ITG 38.02%, 기타 공급자 31.69%의 예비 덤핑률이 제시됐다.

이후 4월 24일부터 8월 23일까지 약 4개월간 잠정관세(27.91~38.02%)가 부과됐고, 8월 28일 최종판정이 확정됐다. 최종 관세는 2025년 11월 24일부터 시행되며 향후 5년간 유지된다. 최종 관세율은 27.91~34.10% 범위에서 공급자별로 차등 적용된다. 건설기계·특수목적차량용 고장력강 및 내마모강 후판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중국 철강사 9개사가 제안한 가격약속(Price Undertakings)이 수용된 점이 특징이다. 이 기업들은 국내 반덤핑 관세 34.1%를 납부하는 대신, 한국 수출 시 사전에 약속된 최소 가격 이상으로만 판매하는 방식이다.

다만 최종판정 이후 보세구역을 활용한 우회 통관이 확인되면서 시장의 혼란은 이어졌다. 특히 2025년 9월 조선용 중심의 중국산 물량이 대거 반입되며 반덤핑 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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