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料 인상의 그림자
최근 3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은 7차례 인상됐다. 지난해 10월 9.7% 인상된 이후, 전력 다소비 업종인 비철금속 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내 최대 신동 제품 제조업체인 풍산은 전기요금 인상 등의 이유로 2분기 기대보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으며, 아연 제련업체인 영풍은 2023년 한 해에만 2,384억 원의 전기요금을 지출했다.
2021년 1,473억 원과 비교하면 최근 3년 사이 연간 전기료가 1,000억 원 가까이 늘어난 수치인 것으로 전력비 부담이 급증했음을 보여준다. 제련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이 소요되는 만큼, 전기요금 인상은 곧바로 생산원가 부담으로 직결된다.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부 기업들이 자가발전 설비 구축이나 에너지 저장장치(ESS) 도입에 나서고 있지만, 설비 투자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설치 여건이 제한적이어서 모든 기업이 활용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비용 부담이 결국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SK넥실리스, 솔루스첨단소재 등 전력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동박 제조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전기요금이 저렴한 동남아시아나 동유럽 등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고 있다.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국내 제조 기반이 점차 약화되는 ‘산업 공동화’ 우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AI 산업의 성장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전력 수급과 요금 문제는 제조업만의 과제를 넘어 전 산업계 전반의 공통된 고민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산업별 특성과 경쟁력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업종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생산비 증가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등 국내 제조업이 근간을 흔드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장기적인 에너지 전환 목표와 함께, 전환기 속 기업들이 생존하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산업별 맞춤형 요금 정책, 에너지 효율 개선 지원, 세제 혜택 등 균형 잡힌 에너지 전환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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