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한 겹에 정체가 바뀐다”…철강판의 여권 위장술

취재안테나 2025-05-26

겉만 번지르르하면 뭐든 통과되는 시대다. 철강판도 예외는 아니다. 표면에 페인트를 바르면, 원래는 ‘후판’이어야 할 물건이 ‘컬러강판’으로 둔갑한다. 바탕은 똑같은데, 겉만 바꿨다는 이유로 다른 물건처럼 세관을 통과한다. 이름도, 품목코드도, 세율도 달라지는 마법이다. 

최근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잠정관세가 발효된 이후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감지되고 있다. 수입 경로는 좁아졌지만, 일부 저가 물량이 여전히 시장에 유통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컬러강판 등 도장 처리된 제품을 통한 우회 수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수입 용도나 경로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제도상 허점을 노린 움직임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통관 기준은 표면 처리, 가공 정도, 코팅 여부에 따라 품목이 달라진다. 얇은 도장 한 겹이나 단순한 피막 처리만으로도 ‘조사 대상 품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조다. 통상 당국은 겉모습을 기준으로 삼지만, 시장은 실질 용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문제는 이 방식이 단순한 관세 회피를 넘어 시장 자체를 왜곡시킨다는 점이다. 국산 가격은 위축되고, 수입재와의 가격 차가 커지면서 정품을 외면하는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제도가 늘 시장보다 한발 늦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덤핑 조치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시장 기대보다 앞서야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열연강판 시장에서는 예비판정을 앞둔 상황에서 일부 수입업체들이 ‘막차’를 노리고 선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금은 막차가 아니라 ‘선적 라스트 콜’ 수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후판 사례와 같은 흐름이 열연강판에서도 재현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이유다. 

철강판의 본질은 단순한 도장 처리로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제도는 여전히 표면만을 보고, 산업은 그 틈을 피하려 애쓴다. 

철강판도 여권을 바꿔 입국하고 있는 지금, 출입국 시스템을 다시 점검할 때다. 겉모습이 아닌 쓰임새를 기준으로 삼는 통관 기준과 후속 관리 체계가 절실하다. 산업이 다시 신뢰를 회복하려면 규제 또한 한발 앞서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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