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은 친환경으로, 철강은 고기능으로

친환경 선박 수요가 급증하면서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동시에 반등의 기회를 맞고 있다.

산업계에 따르면 앞서 2023년 국제해사기구(IMO)는 2030년까지 선박 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최소 20%에서 최대 30%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했으며, 올해 4월에는 2027년부터 이산화탄소 1톤당 100달러에서 최대 380달러까지의 탄소세를 부과하는 규제안을 승인했다. 

이에 LNG·메탄올·LPG·암모니아 등 대체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 발주가 늘어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컨테이너선 신규 발주의 69%가 대체 연료 사용 가능 선박으로 집계됐다. 

친환경 선박 발주 확대 흐름 속에서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수주 척수뿐 아니라 선박당 규모와 선종의 복잡도, 고부가가치 비중에서도 국내 조선사의 우위가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월 기준 한국은 전 세계 수주량 146만CGT(51척) 가운데 90만CGT(13척)를 확보해 점유율 62%를 기록했다. 척당 평균 수주 규모는 6만9,230CGT로, 중국(1.3만CGT)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주요 조선사의 고부가 선종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연초부터 LNG 이중연료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약 3조9,000억 원 규모)을 수주하며 기세를 올렸고, 삼성중공업은 LNG운반선 수주잔고 84척(191억 달러)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한화오션 역시 에버그린으로부터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6척을 약 16억 달러(2조3,000억 원)에 수주하는 등 고부가 선박 수주에 성공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운반선의 척당 선가는 각각 2억2,400만 달러 이상, 2억6,000만 달러 수준이다.

국내 조선업계의 고부가 중심의 수주는 철강업계에도 고부가가치 강종 수요 확대를 불러오고 있다. LNG·LPG 선박은 극저온 저장 환경과 고압 조건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일반 강재로는 대응이 어렵다. 

이에 고망간강, 니켈합금강, 고인장 극후판 등 특수 강종에 대한 수요가 동반 확대되고 있다. 포스코는 극저온에서도 인성과 용접성이 우수한 고망간강을 앞세워 LNG 저장탱크 시장을 공략 중이다. 

현대제철은 TMCP(Thermo Mechanical Control Process, 온도제어압연기술) 공정을 적용한 LPG·암모니아 전용 후판을 HD현대와 공동 개발해 고기능·저합금 구조의 특수 후판을 상용화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연료가 다양해지고 저장 조건도 복잡해지면서, 철강사가 단순 소재 공급자를 넘어 기술 파트너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다만 글로벌 조선 발주는 여전히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전 세계 누계 수주량은 779만CGT(234척)로, 전년 동기 1,632만CGT(710척) 대비 52% 급감했다. 한국은 209만CGT(40척)로 55% 줄었고, 중국도 380만CGT(139척)로 58% 감소했다. 국내 조선사들이 고부가 선종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발주 감소 흐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중장기 전망도 낙관만은 아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LNG선 인도량은 2025~2026년 약 100척에서 정점을 찍은 뒤, 2027년 80척, 2028년 40척, 2029년 20척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수출 확대 기조에 따라 미국 내 LNG 프로젝트가 가속하며 국내 조선업계에 새로운 수주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2028년까지 LNG 수출 능력을 연간 약 2억 톤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주요 수출 터미널이 본격 가동되면 대형 LNG 운반선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