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시장 가격 정상화 파고를 넘는 법
4월의 철강 시장은 흡사 두 개의 계절이 공존하는 듯하다. 한쪽에서는 판재류를 중심으로 가격 정상화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고, 봉형강 시장은 철근과 H형강 사이에서 미묘한 눈치싸움이 치열하다.이번 상승장은 과거의 ‘수요 견인형’과는 결이 다르다. 경기 회복의 온기보다는 공급망의 병목과 원가 압박이 만들어낸 ‘비용 밀어내기(Cost-push)’ 성격이 짙다. ‘고환율, 고유가, 원부자재 강세’라는 3고 현상에 반덤핑 이슈와 설비 수리 일정까지 겹치며 시장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현재 판재류 시장은 ‘가격보다 물량’이 우선인 국면으로 진입했다. 열연강판 유통가격이 톤 당 90만 원대를 뚫고 100만 원 선을 넘보는 것은 단순한 숫자의 상승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냉연도금재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메이저 제조사들이 수익성 중심의 수출에 집중하고 내수 물량을 조절하면서, 시중 재고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후판은 조선과 에너지 프로젝트 물량이 독식하다시피 하며 “살 수 있을 때 사야 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반면 봉형강은 복합적이다. 철근은 제강사의 강력한 가격 의지와 계절적 성수기가 맞물리며 유통가가 고시가를 웃도는 기현상을 연출하고 있지만, H형강은 건설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여전히 무거운 흐름이다. 스테인리스 역시 원가 부담에 못 이겨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며, 시장 전반이 ‘저가 경쟁’의 시대가 저물었음을 선포하고 있다.제조사들은 그동안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해 억눌렸던 가격을 현실화하면서 이번 상승장을 수익성 개선의 골든타임으로 볼 것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점은 ‘가격 인상’의 명분이 ‘안정적 공급’이라는 책임감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단순히 물량을 조절해 가격을 올리는 식의 대응은 중장기적으로 국산 철강재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 수입재 유입이 둔화된 지금이야말로 국내 고객사들이 안심하고 제품을 조달받을 수 있는 ‘공급망 파트너’로서의 신뢰를 공고히 할 적기다.유통업체들에게 지금은 가장 위험하면서도 기회인 시기다. 가격이 오를 때는 재고자산 가치가 상승하지만,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승은 언제든 급락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지금은 단순한 단가 차익을 노리는 ‘베팅’보다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시장은 냉정하고, 재고는 무겁다”는 격언을 되새길 때다.가장 고심이 깊은 쪽은 수요 고객사들일 것이다. 원가 비중이 높은 철강재 가격의 급등은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하지만 지금처럼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될 때는 ‘얼마에 사느냐’보다 ‘제때 받을 수 있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단기적인 최저가 사냥보다는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하는 쪽으로 구매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가격 상승기에 납기 리스크가 발생하면 공정 차질로 인한 손실이 자재비 상승분보다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제조사 및 유통사와의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예상 소요량을 미리 공유하고 물량을 선점하는 ‘선제적 조달 전략’이 필수적이다.4월의 뜨거운 열기는 5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동 리스크와 대보수 일정 등 가격을 떠받치는 기둥들이 견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강 생태계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유지되지 않는다. 제조사는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유통사는 투명한 시장 질서를, 고객사는 전략적인 조달 계획을 세워야 한다.가격이 요동치는 시기일수록 각 경제 주체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며 ‘공생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철강 시장의 ‘두 얼굴’ 뒤에 숨은 본질을 꿰뚫어 보는 혜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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