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주말 인하, 평일 밤 인상’…벼랑 끝 철강업계에 또 다른 시련?
정부가 내년도 전력 정책의 일환으로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만지작 거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핵심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주말 낮 시간대 요금은 낮추는 대신 평일 밤 시간대 요금은 올리겠다는 것이다.표면적으로는 전력 수요 분산을 통한 효율화라는 명분을 내세우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소식에 산업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공포에 가깝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철강 업계에 이번 개편안은 사실상의 ‘요금 인상 통보’이자, 벼랑 끝에 선 기업 등을 떠미는 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정부의 셈법은 단순하다. 낮에 남아도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라는 것이지만, 이는 산업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탁상공론에 가깝다. 철강이나 비철금속의 제철·제강·제련은 설비 특성상 24시간 365일 가동이 필수적이다. 용광로의 불은 밤이라고 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말 이틀 낮 요금을 깎아준다고 한들, 조업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평일 5일의 밤 요금이 오른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조삼모사(朝三暮四)도 아닌, 명백한 비용 부담 가중과 다름 없다.이미 철강업계는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7차례 이상 인상되며 kWh당 105.5원에서 185.5원으로 80% 가까이 폭등했다. 심지어 산업용 요금이 가정용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까지 발생했다.여기에 값싼 중국산 철강재의 공습으로 수익성은 바닥을 기고 있다. 수입 규제 장벽을 높이긴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전기요금 인하를 통해 숨통을 틔워주기는커녕, ‘계시별 요금 개편’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추가 인상을 예고한 것이기에 고민의 깊이만 더해지고 있다.물론 포스코처럼 자가발전 비중이 높은 일부 기업은 충격이 덜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철강사들은 한국전력의 전기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에너지 정책을 소관하게 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요청에 이미 난색을 표했다. 누구를 지원할지 구분하기 어렵고 형평성 논란이 있다는 이유에서다.하지만 이는 국가 기간산업이 처한 위기를 너무 안이하게 바라보는 처사가 아닐까? 포항과 광양, 당진 등 철강 도시의 지자체와 상공회의소가 한목소리로 산업용 전기요금 지원을 호소하는 것은 이것이 단순한 기업의 민원을 넘어 지역 경제와 국가 경쟁력의 생존 문제이기 때문이다.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수급 안정화라는 에너지 정책의 큰 방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방향성은 맞더라도 24시간 조업이 필요한 산업에 즉각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온당한지 묻고 싶다.정책은 방향만큼이나 디테일이 중요하다. 24시간 풀가동이 불가피한 산업 구조를 무시한 채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댄다면, 그 결과는 국내 제조업 경쟁력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번 업무보고 내용이 아직 확정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행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지난번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 2035)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산업계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되지 않지 않았나. 지금은 검토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확정안을 마련하기 전, 책상 위의 논리가 아닌 뜨거운 용광로 앞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지금 철강업계에 필요한 것은 ‘평일 밤 요금 인상’이라는 또 다른 모래주머니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정책적 배려다. 정부의 현명하고 유연한 정책 재검토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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