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리 관세 부과에 흔들리는 국내 업계, '수출 중단 우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회의실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구리 관세 관련 업계 간담회’가 지난 1일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나성화 산업공급망정책관을 비롯해 한국비철금속협회, 동공업조합, LS MnM, 풍산, 대한전선 등 총 25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산업부는 미국이 전체 구리 소비량의 약 44~4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지난 2월 25일 발표한 행정명령에서 광석부터 파생상품까지 모든 구리 품목을 조사 대상으로 포함 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내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25% 관세 부과 가능성과 품목별 대응 역량 차이를 논의했으며 4월 1일 미국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한국산 구리제품이 미국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오히려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한국의 대미 구리 수출 비중이 금액 기준 3%, 물량 기준 2.7%로 낮다는 점과 함께, 배터리사들의 동박 조달 차질이 미국 내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전달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관련 기업을 선도사업자로 추가 지정과 기존에 동박뿐인 공급망 안정품목을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미국의 50% 관세 포고령은 관, 판, 봉, 선, 케이블, 커넥터, 전기부품 등 총 80개 HS코드 품목이 대상이며 정광, 농축물, 전기동, 스크랩 등 원료는 제외되었다. 향후 전기동에도 2027년부터 15%, 2028년부터 30%의 단계적 관세 부과 가능성이 있으며 고품질 구리스크랩의 자국 내 25% 의무 판매와 수출 통제도 포함되어 있어 공급망 변화가 우려된다.
간담회에서는 업계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LS MnM은 공급망 안정화 기금 등 실질적인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기동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되었지만,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비해 사전 수입된 약 20만 톤의 물량이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파생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고객사들의 수출이 위축될 경우 제련소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온전선은 자사 제품 중 구리함량이 70~80%에 달하는 품목이 관세 대상에 포함되며 50% 관세가 적용될 경우 수출이 사실상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 내 공급이 부족한 LAN 케이블 제품의 경우, 관세로 인해 수출이 어렵고 단기적으로는 가격경쟁력 상실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대한전선은 기존 계약과 관련해 고객사와 분담률 조정 협의를 진행 중이며 미국의 3,500억 달러 규모 투자 펀드에 구리업계도 포함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검토를 요청했다. 또한, 미국 상무부가 예고한 파생상품 관련 절차 마련에 앞서 정부와 협회 차원의 의견서 제출 및 로비 활동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산업부는 관련 절차가 확정되면 협회를 통해 의견을 전달할 수 있으며 투자 펀드 요청은 통상본부와 공유하겠다고 답했다.
풍산의 경우 미국에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어 직접적인 관세 부담은 없으나 주요 거래처가 커넥터, 전기·전자, 자동차부품 업계인 만큼 간접적인 영향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커넥터가 구리 파생상품인지, 자동차부품으로 분류되는지 불분명한 가운데, 향후 전기차용 부품의 함량이 높아짐에 따라 영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황동으로 제작되는 소구경 탄약이 파생상품으로 분류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정부의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산업부는 정확한 HS 코드를 제공하면 해당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창은 구리 60%, 아연 40%로 구성된 황동봉 수출과 관련해 관세 계산 방식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당 품목이 소재로 분류되어 전체에 50%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으며 여기에 기존 반덤핑 관세(10.5%)까지 중복 적용되면 수출에 심각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LS메탈은 예상보다 높은 50% 관세로 인해 미국 고객사 주문이 중단됐고 다른 수출시장으로의 전환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철강·알루미늄에 비해 구리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지적하며 반제품이 국가안보에 영향을 준다는 미국 측 논리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영업이익률이 3% 수준인 상황에서 이번 관세는 사실상 시장 철수를 의미한다고 호소하며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구산업은 커넥터 등 부품 제조업체들이 파생상품 관세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으며 사실상 미국 내 생산 외에는 대응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산기지 이전이 어려운 만큼, 동남아 등을 통한 간접 수출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내다봤다.
비철금속협회는 미국의 고품질 구리스크랩 자국 내 판매 의무화 조치가 한국의 스크랩 수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요청했다. 동공업협동조합은 참석하지 못한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추후 비철협회를 통해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LS MnM은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구리 제련을 수행하는 상황에서 동제련 산업은 국가 전략산업으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고객사의 수요가 줄면 제련소 자체의 존립이 위협받으며 이는 곧 국내 구리 제련 인프라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정부는 철강산업과 유사한 전략적 접근을 통해 장기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관세 관련 불명확한 부분은 관계기관과 빠르게 협의한 후 관세119 및 협회를 통해 업계에 정확히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 미국과 협상 기회가 발생할 경우, 이번 간담회에서 제기된 내용을 바탕으로 협회 및 업계와 사전 협의해 정부 입장을 마련할 예정이며 경쟁국과 비교해 불리한 조건은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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