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낙동강 상류의 국내 아연 생산의 심장, 영풍 석포제련소

업계뉴스 2025-07-29
영풍 석포제련소(좌)와 석포마을(우)영풍 석포제련소(좌)와 석포마을(우)

1949년 설립된 영풍은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아연 제련소인 석포제련소를 통해 대한민국 비철금속 산업의 출발점을 열었다. 1970년, 경북 봉화군에 석포제련소를 완공하며 본격적인 제련 사업에 나선 영풍은 이후 고려아연 설립을 주도하며 국내 제련 산업의 성장을 견인했다. 석포제련소는 단순한 생산 시설을 넘어 한국 중화학공업사와 자원 자립의 역사적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북 봉화군 석포면, 지난 50년간 한국 아연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해 온 '영풍 석포제련소'가 자리하고 있다. 정광을 들여와 고순도 아연괴를 생산하고 그 부산물로 동·은 등 유가금속까지 회수하는 이곳은 단순한 제련소를 넘어, 자원 순환 시대의 미래형 공장으로 변화 중이다. 그러나 동시에 오랜 시간 따라온 환경 오염 논란이라는 그늘도 존재한다.

영풍은 석포제련소는 봉화 석포에 뿌리를 내리며 원료 확보를 위한 기지를 구축했다. 이후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려아연과 함께 울산 온산제련소를 완공, 국내에서 아연 정광을 처리하고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국내 아연 자급 체계'를 실현했다. 영풍은 2024년 기준 약 2조 7천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국내 대표 비철금속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순도 아연과 황산, 그리고 부가가치의 재창출

 

석포제련소의 주력 제품은 순도 99.995%의 고순도 아연괴다. '습식 제련'이라는 4단계 공정(배소-조액-전해-주조)을 거쳐 생산된다. 공정 중 생성되는 부산물에서는 98% 이상의 황산을 함께 생산하며 아연 부산물에서는 동·은 등의 유가금속을 회수한다. 이를 처리하는 '건식 아연 잔사 처리 공법'은 고온 산화 방식으로 금속 회수율을 높이고 남은 청정 슬래그는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된다. 폐기물은 줄이고 자원은 순환시키는 지속 가능성의 실현이다.

잔사 처리 공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을 통한 전기동 생산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재 월 150톤을 생산 중이다. 연간 생산 캐파는 약 3,000~3,500톤으로 국내 타 사업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조업정지 기간 이후 전기동 생산은 다소 지연되었으나 현재는 정상 가동 중이다.

 

국내외 수요 꾸준한 아연 제품, 생산 캐파 및 자동화 현황

 

석포제련소에서 생산되는 아연괴석포제련소에서 생산되는 아연괴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생산되는 아연 제품은 국내 주요 철강업체인 현대, 포스코, 동국, 세아씨엠 등에서 주로 사용된다. 특히 철강 제품의 부식 방지를 위한 도금용 아연이 주력 제품이다. 7월 기준 국내 판매량은 약 7천 톤, 수출은 슬라브 제품 기준 약 3천 톤에 달한다. 8월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판매량이 예상되며 10월에는 2만 톤까지 생산량 확대 계획이 있다. 연간 총생산량은 22만 톤에서 25만 톤 수준으로 고객사 요청에 따라 슬라브 제품과 점보 제품 등 다양한 형태로 공급되고 있다.

석포제련소의 생산 캐파는 일일 기준 슬라브 제품 600톤, 점보 제품 200~250톤, 합금 형태 제품 150톤 등 총 1,000~1,100톤 수준이다. 계절별 수요 변화도 뚜렷해 하절기에는 생산량이 2만 톤 이상으로 증가하는 반면, 전기 사용량과 비용 부담이 커지는 점을 고려해 조절하고 있다. 전기 비용은 매출액의 20~3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제조 공정의 자동화 비율은 현재 약 40%이며 나머지 60%는 고객사 품질 요구에 따라 수동 작업이 병행되고 있다. 특히 제조 공정은 거의 전면 자동화 되어 있으나, 품질 관리를 위한 수동 조작도 필수적이다. 영풍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자동화 비율을 높이고 효율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에너지 비용 부담과 자동화 현황, 폐기물 처리 진행 상황

 

영풍 석포제련소는 전기 사용량이 전체 공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 매출액의 20~30%를 전기료로 지출하고 있다. 이는 국내 단일 사업장 기준으로도 최대 생산 시 전기 사용량이 전국 17위에 해당할 정도다. 이에 따라 하절기에는 전기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산량을 일부 조정하고 동절기에는 생산을 확대하는 등 계절별 탄력적인 운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영풍 측은 산업용 전기료 인상이 수출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전기료 지원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

아연 제련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처리에도 힘쓰고 있다. 현재까지 약 37만 톤의 폐기물을 처리했으며 전체 매립량은 약 70만 톤으로 추정된다. 폐기물 처리는 지정 폐기물 위탁 방식으로 진행 중이며 톤당 처리 비용은 약 13만 원에 달한다. 환경부는 2025년 말까지 폐기물 처리를 완료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내년 말까지 최대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1월에 정밀 측정이 완료되면 폐기물의 정확한 양과 처리 계획이 구체화될 예정이다.

 

ZLD 무방류 시스템, “단 한 방울의 폐수도 내보내지 않는다”

 

영풍 석포제련소 무방류 시스템영풍 석포제련소 무방류 시스템

산업 발전의 이면엔 환경 문제가 늘 공존한다. 중화학 중심의 제련 산업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는 수질과 대기다. 이에 대해 영풍은 약 7천억 원의 환경 투자 계획을 단행했고, 그 핵심은 460억 원이 투입되어 2021년 5월부터 본격 가동된 폐수 무방류 시스템 ZLD(Zero Liquid Discharge)이다.

ZLD는 공정 중 발생하는 모든 폐수를 회수·증발시켜 재이용하는 시스템으로 제련소에서 강으로 유입되는 폐수를 ‘0’으로 만든다. 폐수는 스팀으로 증발시킨 뒤 순수한 물을 회수해 다시 공정에 재사용한다. 이를 위해 공정 전 단계에서 중금속 제거, 증발 및 회수 설비를 통합 운영하며 공장 외부 하천 수질 측정 결과도 국가 수질망을 통해 실시간 공개된다. 측정 결과는 ‘검출 한계치 미만’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환경관리는 수질만의 문제가 아니다. 석포제련소는 내부에 산소 공장 6개를 운영 중이다. 공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설비로 인허가 조건에 따라 TMS(굴뚝 자동측정기기)와 대기질 측정 시스템을 도입해 환경부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 또한, 공장 지하수를 차단막으로 막고 이를 정화해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비산 유출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수질과 대기 문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어려운 영역은 토양이다. 특히 가동 중인 공장의 경우 토양정화는 물리적 제약이 따른다. 봉화군 의회는 석포제련소에 토양정화에 대한 공동 대응을 촉구했고 영풍은 “현행 토양정화법이 지나치게 엄격해 산업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합 오염 부지에 대해서는 정화 책임을 전면 인정하고 이행 중이지만, ‘비소 단독 오염’ 부지의 경우는 “지역의 토양 특성과 오염 여부를 판단하는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정화의 경제성을 문제 삼는다. 현재 한국자원공학회 주도로 정밀 조사와 보고서 작성이 진행 중이다.

김기호 영풍 석포제련소장은 제련소를 둘러싼 환경 문제에 대해 “과거의 부족함은 분명히 인정한다”면서도 “지금의 제련소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의 환경 개선 노력을 ‘보완이나 사과 차원을 넘어서는 구조적 전환’이라고 표현하며 구체적인 성과도 함께 언급했다.

김 제련소장은 “2021년까지는 카드뮴 등 일부 중금속이 검출된 적이 있었지만, 2022년부터는 낙동강 수계에서 모든 항목이 검출한계치 미만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지금의 영풍은 5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환경 규제를 넘어 제련 공정 전반을 친환경 중심으로 재설계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석포면에서 만난 임광길 석포면현안대책위원장은 제련소를 둘러싼 환경 논란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몇몇 환경단체나 외부 인사들이 과거의 측정치를 들먹이며 제련소를 마치 지금도 환경오염의 주범인 양 몰아간다”며 “그러나 제련소는 이미 수차례의 환경개선 조치를 거쳤고, 최신 설비로 대대적인 시설 보강도 마쳤다. 현재는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훨씬 밑도는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장에 와보지도 않고 오랜 데이터만 보고 판단하는 건 지역 현실을 무시한 얘기”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친환경과 에너지 자립, 풍력발전 MOU까지

 

영풍 석포제련소 주조 공정영풍 석포제련소 주조 공정

환경 개선은 비용 없는 변화가 아니다. 석포제련소는 연간 약 1,000억 원에 달하는 환경 개선 비용을 투입하고 있으며 정부의 최대치 수준까지 이행 중이다. 전기세 인상으로 인한 비용 부담에 에너지 자립을 위한 대체 에너지 확충도 병행 중이다. 현재 석포제련소 뒷산 배후 지역에 4만kg급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MOU를 체결했고 경제성 타당성 검토도 진행 중이다. 태양광을 포함한 송전망 연계 계획도 검토되고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이제 단순한 아연 생산 공장을 넘어 자원 순환, 무방류 시스템, 환경 투자, 대체 에너지까지 접목한 ‘지속 가능한 제련소’로 진화 중이다. 과거의 환경 오염이라는 오명을 지우기 위해선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적어도 현재 진행형의 노력과 투자는 눈에 보인다. 환경과 산업의 균형이라는 이 시대의 난제 속에서 영풍 석포제련소는 이제 그 해법을 찾고자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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