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반덤핑 이후는 기술 승부’…철강업계 고부가 전환 레이스 가속

종합 2025-06-16

글로벌 경쟁 심화, 무역장벽 강화, 내수 부진, ESG 규제.

철강업계가 ‘고부가가치 전환’이라는 생존 과제 앞에 섰다. 기술력과 차별화된 제품으로 가치를 높이는 것만이 해법이다. 국내 철강사들도 발 빠르게 고기능·고부가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현재 국내 철강업계는 반덤핑·무역구제 조치를 통해 ‘전략적 시간’을 벌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산 후판에는 이미 잠정관세가 부과됐고, 수입산 열연강판은 예비판정을 앞두고 있다. 컬러강판과 특수강봉강도 추가 제소가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시간을 단순히 범용재 판매에 소진한다면, 머지않아 뼈아픈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왜 고부가로 가야 하나

국내 철강산업이 고부가로 가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범용재 시장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쟁 심화로 중국 등 신흥국이 가격 중심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면서 한국산 범용재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도 변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무역장벽이 강화되면서 범용재 수출 전략은 한계를 드러냈다.

내수 상황도 녹록지 않다. 건설, 조선, 자동차 등 기존 수요산업이 고기능, 친환경 소재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이차전지, 우주항공 등 첨단산업에서는 고기능·특수강 수요가 급증 중이다. 선점에 성공한 기업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구조다.

탈탄소와 ESG 대응도 고부가재 전환을 강하게 압박한다. 유럽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환경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친환경 고부가재 개발이 생존 전략으로 부상했다. 무엇보다 수익성과 생존력이 달라진다. 범용재는 가격 변동성이 크고 수익성이 낮지만, 고부가재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가격 결정력이 높다. 장기적 생존을 위해선 고부가 경쟁력이 절대적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반덤핑으로 숨통이 트인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가격에만 의존하는 장사는 중국이 더 잘한다. 이제는 기술과 가치를 팔아야 산다”고 말했다.

◇ 기술력으로 시장 넓히는 포스코 고망간강

고부가 전환 흐름은 기술력 기반 제품 확장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다. 대표 주자는 포스코의 고망간강이다. 

포스코의 고망간강 후판. /포스코포스코의 고망간강 후판. /포스코

고망간강은 원래 민수용 LNG탱크용 특수강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최근 해양 방산 분야로 시장을 넓혔다. 포스코는 HD현대중공업과 손잡고 고망간강 기반 차세대 함정용 신소재 공동개발을 진행 중이다.

비자성, 고강도, 내충격성 특성을 지닌 고망간강은 기뢰 대응용 함정에 적합한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제품의 영역을 기술력으로 확장한 대표 사례다. 포스코는 이번 협력을 통해 고망간강의 시장 적용 폭을 민수·방산 양축으로 본격 확대할 계획이다. LNG탱크, 슬러리 파이프, 고부가 배관재 등 기존 수요를 넘어 해양 방산 플랫폼 소재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K-철강 기술력이 K-방산으로 확장되는 상징적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지금 같은 전환기에 기술 초격차 확보가 철강사의 미래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브랜드 입은 고부가 제품들…디메가빔·그린바·디켈

고기능재 경쟁이 본격화하며 최근에는 브랜드화 전략까지 더해진 고부가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동국제강의 '디메가빔(D-Mega Beam)', '그린바(GreenBar)', 동국산업의 '디켈(DIKEL)'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10일, 동국제강 신사업 출발 기념식에서 이강덕 포항시장과 김상재 포항공장장이 신제품 디메가빔에 싸인을 하고 있다. /동국제강그룹지난 4월 10일, 동국제강 신사업 출발 기념식에서 이강덕 포항시장과 김상재 포항공장장이 신제품 디메가빔에 싸인을 하고 있다. /동국제강그룹

디메가빔은 기존 압연 H형강(RH)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초대형 용접형강(BH) 제품이다. 대형 건설 프로젝트용 고부가 구조재 시장을 겨냥해 포항 2후판 공장에 초대형 BH 생산 설비까지 구축했다. 최소 150×300㎜에서 최대 3,000×1,250㎜까지 다양한 규격 대응이 가능하다.

특히 디메가빔은 RH와 BH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 전략을 통해 프로젝트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동국제강은 초대형 빔 시장에서 빠르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며 건설사·철구조 제작사 중심으로 수요 확대를 꾀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 없던 초대형 규격 대응력이 경쟁력을 만든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그린바는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GFRP) 보강근으로, 부식이 없고 비전도성을 지녀 도로, 교량, 철도 궤도 등 특수 분야에서 시장을 넓히고 있다. 특히 철도용 PST(사전 제작 콘크리트 궤도) 적용 사례가 늘면서 고부가 영역에서 빠른 입지를 다지고 있다.

동국산업의 디켈은 니켈도금강판으로, 전기차 원통형 배터리 시장 진출의 선봉장이다. 동국산업은 'Dongkuk+Decarbonize+Nickel'을 조합한 브랜드로 고급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디켈은 현재 국내외 배터리 업체에 샘플 납품을 진행 중이며, 21시리즈·46시리즈용 인증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46시리즈 배터리 시장의 급성장과 맞물려 디켈의 수요 확대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고성능 니켈도금강판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국내·미국 시장 대응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동국산업은 “디켈을 통해 니켈도금강판 분야에서도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동국산업 디켈동국산업 디켈

 

◇ 기술과 가치로 팔아야 산다

고부가재 전환 경쟁은 이제 본격적인 시작 단계에 접어들었다. ‘톤’(ton) 중심 전략으로는 더 이상 생존이 어려운 구조로 재편되고 있으며, 기술력과 제품 차별화가 철강업계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철강 시장에서도 ‘기술과 가치’ 중심의 산업 지형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수요산업은 친환경·고기능·고신뢰성 강재를 선호하고 있으며, 단순 가격 경쟁으로는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유럽·미국·일본 등 주요 철강기업들도 기술 초격차와 프리미엄 시장 확대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에도 이 같은 변화가 거세게 밀려오고 있다. 반덤핑 조치로 숨통이 트인 지금이야말로 초격차 기술 확보와 고부가 시장 전략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덤핑으로 일시적 숨통이 트인 지금이야말로 단순 범용재 판매에 안주할 때가 아니라, 초격차 기술 개발과 고부가 전략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금 벌고 있는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아야 진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라며 “고기능재·고부가재 시장에서 빠르게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 철강업계 생존을 가를 것”이라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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