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전망-냉연/도금] 공통된 생산 위축, 엇갈린 중국산 유입

지난해 폭증했던 중국산 냉연강판 수입이 다시 평년수준으로 회귀할 전망이다. 중국산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아연도금강판 시장과는 다른 동향이다.
한국철강협회 통계를 바탕으로 한 본지 추정에 따르면, 올해 전체 냉연강판 내수 판매는 217만 628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0.01%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수출은 246만 5,532톤을 기록해 4.47%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1~4월 냉연강판(일반 냉연광폭강대 기준)은 내수 판매는 73만 3,309톤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3.4% 감소했다. 반면 수출은 85만 9,399톤으로 나타나며, 2.35%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 더욱 심화된 건설 침체를 극복하지 못하고 판매 부진이 관측됐다.
내수 판매가 침체를 보인 원인으로는 역시 건설 경기 침체가 지목된다. 최근 건설기성, 건축 착공 면적 등 건설경기를 대표하는 각종 지표가 내림세를 띠며, 부진을 알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6월 대선을 기점으로 경기가 일부 회복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관련 예산이 책정돼 각종 건설 프로젝트가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이 증가세를 보였음에도 하반기 전망은 좋지 않다. 4월, 5월에 각각 실시된 미국의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보편 관세의 영향이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관세의 영향으로 인한 미국 현지 자동차 가격의 상승 및 여타 국가의 수출 감소를 고려하면, 자동차 산업 전반에 침체가 짙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그간 건설 침체로 부진을 겪던 냉연판재류 시장에 자동차 산업은 활력을 불어넣었다. 자동차 산업에까지 침체가 번진다면, 올해 하반기 철강업계의 부진은 확대될 수 있다.
공급의 경우 올해 전체 냉연강판 생산은 456만 6,840톤을 기록해 전년 대비 6.78% 줄어들 예정이다. 수입은 19만 5,820톤으로 추정되며, 38.95% 감소라는 큰 폭 약세가 점쳐진다.
올해 1~4월 냉연강판 수입은 6만 1,155톤을 기록해 42.12% 줄어들었다. 이 중 수입 제품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산의 유입이 43.7% 축소된 5만 8,791톤으로 집계되며, 수입 내림세를 주도했음을 나타냈다.
지난해 중국산 냉연강판은 총 31만 7,624톤이 수입되며, 예년보다 30%가량 확대됐다. 중국산 유입이 일시적으로 폭등해 재고가 쌓였다 보니, 수입이 다시 감소세로 전환하는 상황이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기조가 유지될 듯 보인다. 특히 중국 현지 열연강판 가격이 점점 하락하는 상황 속, 냉연강판은 보합세를 띠고 있어, 가격차 확대로 인한 추가 유입이 예상되지는 않는다.
다만, 올해 하반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냉연강판 반덤핑(AD) 제소의 움직임에 따라, 유입은 변동할 수 있다. 반덤핑 움직임이 본격화해, 수요 업체들이 국산 공급망 전환을 택해 수입이 줄 수도 있지만, 관세 부고 이전까지 밀어내기 수출을 극대화하려는 중국의 의도로 유입이 늘어날 수 있다.
생산은 150만 5,490톤을 기록하며 9.53%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내수 시장 내 공급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라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냉연강판 제조업체의 관계자는 “현재 수요 대비 공급 물량이 너무 많아 가격 인상을 통한 마진확보가 어렵다”라며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점진적인 가동률 하락 등을 통한 공급 조절도 염두에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철근 시장에서 나타난 셧다운 등의 극약 처방은 아직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시장 규모의 축소 원인으로 공급자 측의 수익성 감소가 암시되는 상황이다. 바꿔 말하면, 하반기 성공적인 가격 인상이 나타날 때 생산이 다시 회복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최대 수요처인 건설경기의 흐름이 여전히 극악인 만큼, 갑작스러운 수요환경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연도금강판, 수요 위축 속 중국산 부각

자동차 산업 구조의 변화로 수요 하락이 점쳐지는 가운데, 내수 시장 내 중국산의 비중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올해 전체 용융아연도금강판 내수판매는 367만 9,596톤을 기록해 전년 대비 10.3% 감소할 전망이다. 수출 역시 294만 3,256톤으로 추정되며 5.29% 감소가 예상된다.
수출 대비 내수 수요 감소 폭이 두드러진 원인으로 자동차의 현지 생산화가 꼽히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하반기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자동차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현지 수요 대응에 나선다. 조지아주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은 관세 회피 효과를 최대로 보기 위해 미국뿐만 아니라, 미주 시장 전체에 공급될 예정이다.
기존 국내 자동차 공장에 공급되던 아연도금강판 상당수가 미국으로 향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수 판매 물량은 다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의 경우 내수보다는 적은 감소 폭이 예상되나, 침체를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각각 4월, 5월에 실시한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세의 영향으로 전방산업 침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 보편 관세를 기존 25%에서 50% 올릴 것을 시사하며 불안을 더하고 있다. 철강 관세가 상승할 경우 미국 현지 공장의 소재 조달에도 현지 철강 제품이 강세를 보임으로써, 수출 물량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
한국철경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용융아연도금강판 대미수출은 2만797톤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45.8% 증가했다. 관세율이 상승한다면 수출 호조를 주도중인 대미 수출이 하락 전환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90일간 관세 인하 조치를 실시한 점도 대미 수출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 중국의 해상 운임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5월 30일 기준 2072.21을 기록하며, 관세 인하가 이루진 5월 초 대비 무려 54.08% 증가했다. 현재 미국은 관세로 인한 철강가격 상승에 몸살을 앓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철강이 평년보다 크게 유입된다면, 국산 제품의 대미시장 경쟁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

중국 수출이 줄고 있는 점도 악재로 작용 중이다. 같은 기간 아연도금강판 대중 수출은 2만6,940톤으로 집계되며, 40.3% 감소했다. 중국 역시 부동산 침체, 지방정부 부채 증가 등의 원인으로 수요 대비 공급이 넘치는 상황이다. 이에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수출가격 인상 및 감산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의도적인 감산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비교적 고가인 국산 제품 수입을 늘릴 가능성은 적다보니, 대중 수출 감소라는 흐름은 당분간 여전할 듯 보인다.
내수, 수출 양면의 수요 감소가 관측됨에 따라, 공급도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전체 용융아연도금강판 생산은 677만 6,116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77%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산 유입은 64만 7,884톤을 기록해 1.15%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생산 축소 국면과 맞물리며 시장 내 수입산의 비중은 전년 대비 1.2% 상승한 15%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판매 감소와 발맞춘 공급 조절이 이뤄지는 양상에서 저가로 무장한 중국산의 비중 증가는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아연도금강판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나타나는 만큼, 수요 감소분을 웃도는 공급 감소가 이뤄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 1~4월 국내로 유입되는 일본산 아연도금강판은 전년동기대비 46.4% 줄어든 반면, 중국산 아연도금강판은 14.4%만이 줄어들었다. 현시점 아연도금강판 내수 시장은 국내 철강 시장 중 가장 중국산 비중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시장이다. 이런 상황 속 중국산 비중의 증대는 이미 쇠퇴했다고 평가받는 국내 기업의 가격 결정권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KS인증이 국산 제품 경쟁력 제고라는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타나고 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일부 중국 업체들이 아연도금강판 관련 KS인증인 KSD3520, KSD3770, KSD3862 등을 취득한 후 다시 인증 규격에 못 미치는 제품 납품을 진행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건축물의 피난 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제24조)’에 따르면, 관련 용도로 사용되는 아연도금강판에는 90g/㎡ 이상의 아연도금을 통해 0.5㎜ 이상의 두께를 확보해야 한다. 중국 현지에서 통용되는 아연도금강판의 도금량은 이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KS인증 진행 중에만 일시적으로 규격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면서 인증 후에는 다시 아연 도금량을 줄인다는 설명이다. 의혹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은 제도적인 허점이다. 건축물에 규격에 맞지 않는 아연도금강판 적용이 적발된 경우, 일차적인 책임은 공사를 진행한 건설사가 지게 된다. 건설사는 KS인증에 부합하는 제품임을 인지하고 사용한 만큼, 책임을 유통업체에 전가한다. 유통업체 역시 제품 성분을 속이고 판매한 중국 제조사에 배상 책임을 묻는다.
이때 중국 회사는 외국에 위치한 법인이다 보니, 문제에 대한 배상을 받아내기가 어렵다. 물론, 지속적인 수출에는 제동이 걸릴 수 있으나, 징벌적 차원의 처벌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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