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 3대 메가프로젝트가 던진 전력 과제

대장간 2026-07-08

정부가 최근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는 대한민국 산업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는 향후 수십 년간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 핵심 성장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전력이다. 정부 역시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며 신규 원전 건설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첨단산업 확대에 따른 막대한 전력 수요를 재생에너지만으로 감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실 전력 문제는 반도체와 AI 산업만의 고민이 아니다.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전환의 중심에 서 있는 철강산업 역시 그 어느 산업보다 안정적이고 대규모의 전력 공급을 필요로 하고 있다. 특히 미래 생존 전략으로 추진 중인 수소환원제철은 사실상 ‘전기를 철강으로 바꾸는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수소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고, 수소 경쟁력은 결국 전력 경쟁력에서 시작된다.

문제는 수소다. 수소환원제철에서 사용하는 수소가 화석연료 기반이라면 탄소 감축 효과는 반감된다.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설비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값싼 전기가 대량 공급돼야 한다. 수소경제의 핵심이 결국 전력경제에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철강산업은 계절과 시간 관계없이 24시간 연속 가동되는 장치산업이다. 전력 공급의 불안정성은 곧 생산 차질과 원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철강 생산에 필요한 수소를 간헐성을 가진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할 경우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이 때문에 최근 해외에서는 원전을 활용한 ‘핑크수소(Pink Hydrogen)’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핑크수소는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주요국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원전과 수소의 결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과거에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대립하는 개념으로 바라봤지만 최근에는 탄소 감축의 공동 목표 아래 상호 보완적 에너지원으로 보는 시각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 역시 보다 유연한 시각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경제를 지향해야 하지만 산업 현장 현실을 고려하면 중간 단계의 해법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탈탄소 기술 전환 속도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수소 공급 부족 때문에 탈탄소 전환 자체가 지연된다면 경쟁에 뒤처질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그린수소와 핑크수소를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탄소감축 효과와 산업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전략이다. 재생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원전 기반 핑크수소 역시 현실적 선택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원전 확대 논의가 기술적·경제적 타당성만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원전은 에너지 정책인 동시에 사회적 합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산업계가 아무리 필요성을 강조하더라도 시민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결국 원전 활용 확대의 전제조건은 소통이다. 정부는 객관적 데이터와 투명한 정보를 바탕으로 국민과 지속적으로 대화해야 한다. 산업계 역시 전력 확보 필요성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안전성과 환경성 제고를 위한 책임 있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시민사회 또한 탄소중립과 산업경쟁력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함께 고민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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