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ME 가격 확정 거래 법적 효력 인정…비철업계 거래 관행 기준 제시
국내 비철금속 업계에서 널리 활용되는 LME(런던금속거래소) 가격 확정 거래의 법적 효력을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변동 이후 계약 이행을 둘러싼 분쟁이 반복되는 가운데 향후 유사 사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4월 무원상사가 제기한 물품대금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 지정근 씨에게 3억3,813만8,653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항소를 대부분 기각하고 소송비용의 90%를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다.
이번 사건은 알루미늄 공급 계약 체결 이후 LME 가격에 연동해 최종 거래가격을 확정했으나 매수 측이 물품 인수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분쟁이다. 원고 측은 가격 확정 이후 시장 가격이 급락하자 계약 이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며, 이후 수차례 계약 이행을 요구했지만 물품 인수가 이뤄지지 않아 소송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비철금속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LME 가격과 프리미엄을 기준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특히 가격 변동성이 큰 알루미늄과 전기동 시장에서는 거래 당사자가 특정 시점의 LME 가격을 선택해 최종 거래가격을 확정하는 방식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LME 가격 확정 거래는 원자재 가격 변동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대표적인 위험회피(헤지) 수단으로 꼽힌다. 거래 당사자가 특정 시점의 가격을 기준으로 거래가격을 확정하면 이후 시장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더라도 해당 가격을 기준으로 계약을 이행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가격 변동성이 큰 비철금속 시장 특성상 이러한 거래 방식이 오랜 기간 정착돼 왔다고 설명한다.
이번 사건 역시 가격 확정 이후 시황이 급변하면서 발생한 계약 이행 분쟁 사례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가격이 크게 변동할 경우 계약 이행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지만, LME 가격 확정 거래 자체의 법적 효력과 관련한 판결 사례는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소송은 약 2년간 진행됐다. 재판부는 원고가 물품 인도를 위한 준비를 마쳤고 피고에게 이를 통지한 사실 등을 인정해 물품대금 지급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원고가 알루미늄 물량을 별도로 확보하고 인도 준비를 진행한 점 등을 고려해 계약상 의무를 이행했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물품대금 분쟁을 넘어 비철금속 업계의 대표적인 가격 위험관리 수단인 LME 가격 확정 거래의 법적 구속력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LME 가격 확정 거래는 비철금속 유통 시장에서 오랜 기간 활용돼 온 거래 방식"이라며 "이번 판결은 가격 확정 이후 시장 상황이 변하더라도 계약상 의무는 이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커질수록 계약 이행 여부를 둘러싼 분쟁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 판결은 거래 신뢰성 확보와 시장 질서 확립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원고 측은 거래 상대방이 유알인터내셔널이라고 주장했다. 유알인터내셔널은 보현메탈 감사보고서상 기타 특수관계자로 기재돼 있으며, 이번 소송은 법인이 아닌 당시 대표자를 상대로 진행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시황 변동을 이유로 계약 이행을 미루거나 회피하는 관행에 일정 부분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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