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 고려아연, 실기(失期)하지 않으려면…
대한민국 비철금속 산업의 심장이자 글로벌 공급망 핵심 축인 고려아연이 아직까지도 유례 없는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있다. 단순한 주식 확보 싸움을 넘어 국가 전략 자산의 보호와 자본 논리 사이의 극한 대립으로 전개되고 있다.
영풍과 MBK 파트너스의 적대적 M&A 시도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지배구조 다툼을 넘어 한국 비철금속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비철금속 제련업은 고도의 공정 노하우와 숙련된 인적 자원이 핵심이다. 고려아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유가금속 회수 기술을 보유하며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하면서 현장의 핵심 엔지니어들이 동요하고 있다.
만약 경영진이 교체되고 사모펀드의 효율화 중심 경영이 시작된다면, 장기적 R&D 투자가 위축되고 핵심 기술진이 해외 경쟁사로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곧 한국 비철금속 산업의 50년 기술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고려아연은 기존 제련업을 넘어 신재생에너지, 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등 이른바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 ’를 통해 대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신사업 매출 비중을 2033년까지 전체의 약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러한 미래 먹거리 사업은 막대한 자본 투입과 장기적인 안목의 의사 결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는 대규모 투자 결정이 지연되거나, 단기 수익을 중시하는 재무 투자자의 관점이 개입되어 신사업 동력이 상실될 위험성이 있다. 이는 글로벌 핵심 광물·원자재 공급망 점유율 확대를 위한 최적 시기를 놓치는 ‘실기(失期)’가 있을수 있다는 우려로 연결된다.
비철금속은 자동차, 반도체, 방산 등 국가 기간산업에 필수적인 기초 소재다. 특히 고려아연이 생산하는 아연, 연, 은, 안티모니 등은 글로벌 수급 불균형 속에서 한국의 자원 안보를 지탱하는 보루 역할을 해왔다.
신규 투자가 진행 중인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반도체와 태양광 핵심 소재인 게르마늄과 갈륨 등은 고려아연의 기술과 경쟁력을 더욱 돋보이게 할 품목이다.그런데 경영권 분쟁의 여파로 생산 공정에 차질이 생기거나 경영권 확보를 위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자산 매각 등이 이루어진다면, 국내 연관 산업 전체가 원료 수급 불안이라는 연쇄 타격을 입을 것이 우려된다.
사모펀드의 본질은 결국 수익 극대화와 자금 회수(Exit)에 있다. MBK 파트너스가 강조하는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 뒤에는 기업 가치를 부풀려 매각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이 과정에서 배당 확대나 자산 매각이 우선시 된다면, 제조 기업의 본질인 설비 투자와 환경 개선 투자는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대한민국 비철금속 생태계의 기초 체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비철금속 산업은 국가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뿌리 산업이다. 경영권의 향방을 결정하는 것은 주주들의 몫이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국가 산업 경쟁력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지금은 소모적인 법적 공방과 비방전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고려아연이 보유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존하고 미래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정부와 정치권, 금융권 등도 이번 사태가 국가 전략 산업에 미칠 파급력을 엄중히 인식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과 산업 보호라는 관점에서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이야드 고객센터
경기 시흥시 마유로20번길 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