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HVAC·전기차 시장, 알루미늄 채택 확산

노르스크 하이드로 정밀 튜빙 부문 부사장 리오넬 샤피스(Lionel Chapis)가 패스트마켓(Fastmarkets)과의 인터뷰를 통해 구리의 비용과 공급 불안으로 인해 알루미늄 대체가 난방·환기·공조(HVAC) 시스템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 HVAC 장치의 약 40%에 알루미늄이 사용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유럽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 하이드로는 미국의 50% 알루미늄 관세에도 불구하고 구리에서 알루미늄으로의 대체 추세가 되돌려지지 않았고 오히려 미국에서의 수요가 더 강하다고 전했다.

샤피스는 “산업용 애플리케이션에서 구리를 알루미늄으로 대체하는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은 미국이며 HVAC 제조업체들은 비용 관리에 뛰어나고 ‘목적 적합성’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고객들은 알루미늄에 50% 관세가 붙어도 여전히 구리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알루미늄을 선호한다. 미국 OEM들은 비용을 크게 절감하면서도 고객이 기대하는 품질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훨씬 빨리 전환했다”고 말했다.

또한 샤피스는 “HVAC와 냉동 응용 분야에서 구리가 알루미늄보다 세 배 비쌀 경우, 알루미늄 솔루션은 비슷한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약 두 배 저렴해진다”라고 언급했다. 지난달 29일 기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알루미늄 현물가는 톤당 2,618.48달러, 전기동 현물가는 9,821.74달러를 기록해 전기동과 알루미늄 가격 비율은 약 3.7배였다.

이 비율은 전통적인 대체 기준을 초과한 수준이다. BHP에 따르면 구리:알루미늄 비율이 지난 5년 동안 대부분 3.5 이상을 유지했고, 3.5~4배 정도여야 본격적인 대체가 이뤄진다.

패스트마켓 애널리스트 앤디 콜(Andy Cole)은 “향후 10년간 글로벌 구리 수급 불균형을 보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며 “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반응 중 하나가 구리 대체이며, 알루미늄이 그 주요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이드로에 따르면 전 세계 HVAC 및 냉동 산업에서 알루미늄 사용 비중은 현재 약 40%로 5~6년 전의 두 배 수준이다.

세계 최대 에어컨 제조사 다이킨(Daikin)은 2021년 9월, 2025년까지 에어컨 장치의 구리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고 알루미늄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한 공식 발표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자동차 라디에이터 분야에서는 이미 1990년대 초 폭스바겐이 구리 대신 알루미늄 튜브를 사용한 이후 대부분이 알루미늄으로 전환됐다. 전기차의 경우, 약 10%의 케이블이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구리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기차 1대당 구리 사용량은 과거 약 90kg에서 현재 40kg 수준으로 줄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2015~2030년 동안 전기차당 구리 소비량은 30~4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EV, 태양광, 풍력은 구리 수요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으며 중국 전력망 확대가 여전히 주요 수요 산업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구리에서 알루미늄으로의 전환에는 단순히 소재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구리 튜브를 알루미늄 마이크로 채널 압출 구조로 바꿔야 한다. 또한 알루미늄은 구리보다 전도성이 낮아 동일한 성능을 내려면 1.6배 두꺼운 도체가 필요하고, 부식 저항성도 구리보다 떨어져 추가적인 처리·보호가 요구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무게가 증가하고 설치가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사피스는 현재 구리 신규 광산 개발 계획이 없고 장기적으로 품질도 악화되고 있어 공급은 계속 타이트할 것으로 예상했다. 패스트마켓은 2035년 구리 공급 부족 규모를 약 90만 톤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까지 3,500억 달러 투자가 필요하지만 2035년까지 30% 부족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