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불의 산업, 데이터를 품다”…철강 제조의 중심에 AI가 있다
‘불(火)의 산업’으로 불리던 철강 제조가 디지털 기술을 품으며 변하고 있다. 고온 고압의 공정, 숙련자 중심의 조업 현장에 인공지능(AI), 센서, 자동화 기술이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국내 철강산업의 양대 축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각의 공정 체계와 사업 특성에 맞춘 맞춤형 스마트팩토리 전략을 앞세워 생산성과 품질, ESG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철강산업의 미래는 이제, 고온의 용광로보다 정밀한 데이터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AI 기반 철강공정 고도화, 어디까지 왔나
철강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DX)은 철강업계의 선택이 아닌 과제가 되고 있다. 고령화, 숙련자 이탈, 탄소중립 전환 등 구조적 변화 속에서 AI와 스마트센서 기술은 공정의 ‘지능’을 높이는 해법으로 주목받는다.
이에 제강 공정과 압연 공정, 로지스틱스, 품질 검사 등 전 공정에 AI를 접목해 ▲품질 이상 예지 ▲설비 자동 제어 ▲사무 자동화(RPA) ▲작업자 안전 강화 등 다방면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숙련자의 경험을 AI가 학습하고 이를 실시간 판단과 제어로 구현함으로써, 생산의 일관성·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변화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업 특유의 복잡한 반응과 변수 많은 공정 속에서 AI는 ‘보조 기술’을 넘어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 포스코, ‘인텔리전트 팩토리’로 진화하는 철강 제조
포스코는 AI 기반의 전공정 고도화 전략을 통해 ‘인텔리전트 팩토리(Intelligent Factory)’ 구현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WSD 글로벌 포럼에서는 그룹 차원의 디지털 혁신 비전이 공식적으로 소개됐고, 포스코는 ‘15년 연속 세계 1위 경쟁력 철강사’로서 WSD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됐다.

대표 사례로는 포항 3제강공장의 KR 자율조업 시스템이 있다. 쇳물에서 유황을 제거하고 슬래그를 처리하는 예비 공정 전 과정을 AI와 영상인식 기술로 자동화해, 조업시간 3% 단축, 연간 290억 원 절감이라는 성과를 냈다. 기존엔 숙련자의 감각에 의존했던 영역을 정량화하고 자동화함으로써 품질 안정성과 효율성을 모두 높인 것이다.
또한 광양·포항제철소에서는 로우코드 기반 RPA 교육을 통해 실무자가 직접 자동화 앱을 개발하는 ‘시민개발자’ 실험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현장 중심의 디지털 내재화는 포스코형 스마트팩토리 전략의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
◇ 현대제철, 복합 공정에 최적화된 ‘현장형 스마트팩토리’
현대제철은 고로와 전기로를 모두 갖춘 복합제철소 체계를 바탕으로 공정별 맞춤형 AI 도입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재 공정별 스마트팩토리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으며, 제선·제강·압연 전 공정에서 예측·제어 기반의 AI 모델을 단계적으로 적용 중이다.
대표적으로 제선 공정에서는 용선 온도 예측 모델과 미분탄 자동제어 시스템을 통해 원료 편차를 줄이고, 노황 불안정 사전 감지 시스템 등을 적용해 조업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자동차 외판용 강재 생산에는 머신비전 기반 표면 검사, 초고강도강 생산에는 실시간 품질 예측 시스템을 적용해 공정 변수에 대한 민감한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은 고로에서는 품질 예측과 공정 밸런싱 최적화, 전기로에서는 AI 시뮬레이터 및 로봇 기반 조업 자동화를 강화해 차세대 복합 제철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제조공정의 스마트화와 동시에 탄소중립 대응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 “AI가 돌리는 제철소…철강업의 체질이 달라지고 있다”
철강 제조의 디지털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특히 AI 기술은 수율, 원가, 품질, 안전, ESG 등 철강업의 핵심 지표 전반과 직결되며,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글로벌 무대에서 선언적 리더십과 기술 초격차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면, 현대제철은 복합 공정 기반의 실행력을 통해 전환을 현장에 안착시키고 있다”라며 “이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쇳물을 다루는 시대가 됐고, 한국 철강이 그 흐름을 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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