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노조가 남긴 것은 위화감이었다

컬럼(기고) 2026-05-25

온 나라를 시끄럽개 했던  삼성전자 노조 파업이 타결됐다. 하지만 이들의 파업은 정당성과 합리성 측면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배부른 자의 투정’이라는 날 선 비판과 함께 국가 경제를 볼모를 잡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실제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 10명 중 7명(69.3%)이 이들의 파업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4.7%는 삼성전자 임직원이 받는 보상 수준이 높다고 인지하며, 무리한 요구가 산업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대다수 노동자와 국민이 고물가와 경제침체로 고통받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고액연봉을 받는 근로자가 수억 원의 성과급을 챙기려고 파업을 했다. 이 사태를 보며 일반 대중들이 강한 거부감과 불만을 나타냈다. 관련 기사 댓글 중 ‘이기주의자’라는 표현이 민심을 잘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삼성전자 노조 파업이 던진 가장 부정적인 것이 위화감 조성이었다. 국내 근로자 평균 연봉은 약 4,200만 원 수준이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6억 원은 약 1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는 일반 직장인들이 14년 이상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국내 최고 수준의 연봉과 복지 혜택을 자랑한다. 중소기업 근로자에게는 ‘신의 작장’으로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처럼 고액연봉을 받는 노동자가 더 많은 몫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일반 근로자들이 갖는 상대적 박탈감은 컸다.사회적 통념에서도 무리한 요구로 지적받았다. 우리나라에는 저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처지인 사람이 많다. 성과급은커녕 직장 구하기도 힘들어 실업자가 넘쳐난다.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의 감추고 싶은 어두운 그림자이다. 특히 장애우 취업이 대표적이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일원이다. 그들도 직장을 갖고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안타깝다. 우리나라는 장애인 고용의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50인 이상 사업장에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한 것이다.현재 법정 의무고용률은 공공부문 3.8%, 민간부문 3.1%이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장애인 고용이 현저히 저조하고 개선 노력이 부족한 318개 업체 명단을 발표했다. 이 중 158곳은 3년 연속, 113곳은 5년 연속, 51곳은 10년 연속 명단에 포함됐다. 제도 미이행이 반복되는 사례가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기업들이 채용 대신 부담금 납부를 선택한 것은 충격적이다. 장애인 고용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시행한 제도가 의무만 강조하는 부작용만 초래했다.고용의무는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나, 부담금은 100인 이상 사업장부터 낸다. 애초 부담금 부과 취지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장애인을 고용하지 못하는 기업에 내게 하는 것이었다, 일종의 공과금 성격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의 고정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니 제도 마련 취지가 무색해지고 장애인들의 직장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페널티만 부과가 능사가 아니다. 인센티브를 늘리는 것도 방법인 데 미흡하기 그지없다.한 40대 남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관심을 끌었다. “최근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식당에서 혼자 김밥을 먹고 있는데 중증 장애가 있는 남매가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아버지와 장모님도 장애인이라 김밥을 급히 먹고 사장에게 카드를 건네며 저 친구들 밥값도 같이 계산해 달라고 했다”라고 한다. 하지만 식당 사장은 “그동안 장애인이 몇 번 왔었는데, 누군가 몰래 밥값을 내준 것을 알면 무척 화를 내더라. 자기들도 충분히 밥값을 낼 수 있는데 왜 대신 내주냐라고 했다. 그건 저 친구들을 돕는 것이 아니고 살아갈 힘을 뺏는 일”이라며 단호히 거절했다고 한다.이 사례는 장애우를 바라보는 시선과 진정한 배려가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다. 단순한 일회성 관심이나 동정이 아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일하고 생활하며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권리를 누리게 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배부른 자의 투정’으로 치부했던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을 보며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이제 그들은 주장하는 모든 것을 쟁취했다. 우리 주위에는 대기업은 아니지만, 직장을 갖고 성실히 생활하는 장애우들이 많다. 지금 그들이 더 훌륭해 보이는 것은 이기주의자도 아니고, 배금주의자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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